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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양방향 탈출경로(현관+α)가 아파트 화재참사 막는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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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92
내용
[기고] 양방향 탈출경로(현관+α)가 아파트 화재참사 막는다

건축법과 소방법 개정 통해 ‘탈출형 화재대피시설 법적 의무화 방안도입 시급’  
아파트 고층화 추세, 살리고119 등 탈출형 화재대피시설 필요성↑



이번 겨울은 일찍 찾아온 강력한파경보와 함께 건조한 날씨가 지속됨에 따라 유난히 대형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고있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도 커지면서 근본적인 사전 대책으로 화재대피시설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와 광교신도시 오피스텔 화재, 이어서 지난 1월 종로 여관, 경남 밀양 세종병원, 은평구 불광동 아파트 화재 등 안타까운 화재소식이 연일 뉴스방송과 포털사이트의 메인을 장악하고 있다. 

그 중 피해가 컸던 곳은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이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사망자 29명을 포함해 총 68명의 사상자를 낳는 대형 화재로 번졌다. 1층에서 불거진 화염으로 인해 유독가스가 출입구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유일하게 외부로 탈출할 수 있었던 비상구마저도 봉쇄돼버려 그 피해가 집중됐다. 

또한 지난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1층 응급실 내 탕비실에서 화재가 일어 정전이 됐고 2층 틈새와 배관으로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번져 피해가 커졌다. 사망자 대다수는 응급실과 2층 병실에 있던 고령환자와 거동이 불편하던 환자로 현재까지 사망자 39명, 부상자 151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크고 작은 화재로 다수의 인명이 다치거나 숨지는 참사가 끊이지 않으면서 화재 발생 시 대피할 수 있는 시설물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대다수가 화재 현장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연기와 유독가스 등을 흡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화재 발생 시에는 몸을 숙여 연기 흡입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간 내 화재 현장에서 이탈하는 방법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길이다. 앞서 발생한 제천과 밀양의 대형 화재 참사 역시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해 대피경로가 확보되지 못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그렇다면 만약 주거공간인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어떨까? 아파트 내 세대별 기본 화재대피경로는 현관이다. 화재 발생 시 현관을 통해 빠져나온 후 비상계단을 통해 안전하게 지상으로 대피하는 것이 기본 화재대피 경로다. 문제는 화재로 인해 현관과 비상계단이 봉쇄됐을 경우다. 이 경우를 대비해 현재 소방법과 건축법에서는 대피공간과 완강기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 중 아파트의 경우 현행 시행령에서는 발코니를 화재나 지진 시 사용할 수 있는 임시 피난공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1992년 이후 시공된 아파트에는 3층 이상부터 발코니 또는 보일러실에 경량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실내 대피공간을 두는 것이 의무화돼 있다. 아파트의 현관과 비상계단이 모두 봉쇄됐을 때를 대비해 임시로 머물 수 있는 대피공간을 의무규정으로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발코니나 대피공간 역시 화재 시 안전지대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점이 있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직접적인 화재로부터 대피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오랜 시간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다. 또한 탈출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구조대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수동형 대피시설로 화재 현장에서의 생존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피공간의 심각한 문제는 더 있다. 실제 화재 발생 시 대피공간은 30분도 안되어 내부 온도가 100도 이상으로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화소재가 적용돼 있어 화염은 차단할 수 있지만 열기는 막지 못해 사실상 대형 화재에서는 대피공간이 무용지물인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1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는 소방고가사다리로도 구조가 어려워 화재 시 더욱 취약하다. 

이에 소방전문가들은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관이나 비상계단, 대피공간 외에도 각 세대나 호실에서 이용할 수 있는 능동적인 양방향 탈출형 대피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데에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현재 자력 탈출이 가능한 화재대피시설 유형으로는 ‘외기(外氣)노출 탈출형 화재대피시설’과 기존의 ‘하향식 피난사다리’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두 유형 모두 건축물의 화재 및 긴급상황 발생 시 내부의 위험을 피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층간대피를 돕는 탈출형 화재대피시설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설치하는 공간 및 공법에서는 차이가 있다. 

먼저 기존 하향식 피난구는 세대 내부인 발코니에 아랫집으로 연결된 사다리를 설치한 형태를 말한다. 피난사다리를 통해 아랫집으로, 또 아랫집으로 이동해 지상까지 도달할 수 있다. 하향식 피난구는 최초 일본에서 개발 후 국내에 보급된 것으로, 현재 국내에 적용된 것은 대부분 일본 나카(NAKA)사의 제품이다. 

하향식 피난구는 설치가 비교적 간편한 대신 문제점도 많다. 세대 내부라고 할 수 있는 발코니에 시공되기 때문에 대피 시 이웃간의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실제 거주자 입장에서는 불안요소로 꼽힌다. 또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웃간 큰 마찰이 발생할 수 있고 물청소 시에도 피난구 틈으로 누수가 나거나 이동 시 걸려 넘어져 부상 발생의 여지도 있다.

또 다른 탈출형 대피시설인 ‘외기노출 탈출형 화재대피시설’은 건축물의 외벽에 설치되는 시설을 말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외부에 설치되는 하향식 피난구라고 할 수 있다. 세대 내부와 완벽히 분리돼 대피 시 사생활 침해 없이 층별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 건축물 설계에서부터 캔틸레버(Cantilever) 방식으로 시공되어 건축물과 완전 일체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고 부식과 변형의 여지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외기노출 탈출형 화재대피시설의 브랜드로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살리고119’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 중앙건축심의를 통과해 ‘아파트 대피공간 대체시설’로 인정 고시를 받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살리고119’는 화재 등 비상시에 대피한 뒤 바닥의 해치(Hatch)를 열면 바로 비상벨이 울려 아파트 관리사무실과 경비실, 그리고 해당 아파트의 위아래 층에 즉시 전해져 사고를 인지하도록 돼 있다. 해치를 여는 동시에 접혀 있던 사다리 계단이 내려오면서 아래층으로 대피가 가능하다. 또한 세대와의 출입문은 밖에서는 열 수 없고 안에서만 열게 돼 있는 구조로 외부 침입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살리고119’와 같은 외기노출 탈출형 화재대피시설은 탈출뿐 만 아니라 대피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외기노출 탈출형 화재대피시설은 화재가 발생한 세대내부와 방화문으로 분리 돼있어 열기와 유독가스 차단률이 높다. 특히 노약자나 장애인 등 피난약자들은 굳이 아래층으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구조를 기다리며 대피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밀양 세종병원의 사상자 대부분이 고령환자와 거동이 불편하던 환자였던 점을 고려하면 대피시설은 탈출의 용이성과 함께 대피공간으로서의 높은 안전성도 갖춰야 한다. 

현재 광주광역시와 충청남도, 부산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하향식 피난구 설치를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설치 권고일 뿐 도입이 정착되지는 않아 아직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기존의 화재 대피시설인 대피공간이나 완강기의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추가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안타깝지만 인명 참사는 예견된 거와 다름없다. 화재 참사에 따른 책임을 국민의 안전불감증으로 돌리기 보다는 건축법과 소방법 개정을 통해 탈출형 화재대피시설에 대한 법적 의무화를 정부는 실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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